현진건 다음으로 찬양하는 작가인 박완서.
(짝짝짝)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대단한 작가인데, 박완서 소설은 문장 하나하나가 수려하고도 완벽하게 섬세하다. 지금읽어도 세련된 문장들...
그래서 하이라이트도 어어어엄청 많이 했었다.
개인적으론 현진건의 <운수좋은날>같은 소설을 쓰고 싶지만, 사실 탑오브탑의 훌륭한 작가는 박완서라고 생각한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한결같이 훌륭하다. 기복이 없이 뛰어나다. 진짜 진정한 천재 작가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지루하다고 느끼다가 점차 빠져들었던 <나목>이라는 작품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사실은 내가 다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읽은 작품인 것 같다. 왜냐하면 정확하게 설명을 못하겠으니까. 백퍼센트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훌륭한 작품인 것은 확실하다.
이 작품에 나타나는 관계나 감정의 묘사가 참 좋았고, 상징들도 세련됐으며, 이야기의 결말이 특히나 세련되었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드라마나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이경, 이경의 엄마, 옥희도, 태수 정도다.
이경은 엄마, 옥희도, 태수와 모두 제각각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의미가 있다. 이경의 엄마는 이경의 과거와 죄책감, 어둠을 담당하고(?), 옥희도는 사랑이자 변화를 담당하고(?), 태수는 현실을 담당한다. 소설 분량에서 옥희도와의 스토리가 꽤 비중이 큰 데, 이경이 자신의 삶에서 한 발 나아가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겠다.
아래에서는 이경의 심경변화 중심으로 하이라이트 부분을 제시하며, 자세한 것은 소설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작가가 이경 엄마를 너무 잘 그려낸 덕분에 읽으면서 '이경'의 마음에 과하게 잘 몰입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화날뻔
아래는 이경의 엄마가 잘 나타난 대목이다.
(이경이 1인칭에서 엄마를 보고 묘사한 것)
그러나 무엇보다도 견딜 수 없는 것은 그 회색빛 고집이었다. 마지못해 죽지 못해 살고 있노라는 생활 태도에서 추호도 물러서려 들지 않는 그 무섭도록 탁탁한 고집. 나의 내부에서 꿈틀대는, 사는 것을 재미나 하고픈, 다채로운 욕망들은 이 완강한 고집 앞에 지쳐가고 있었다.(이경아 도망쳐)이경은 변하고 싶다. 그 날 이후 멈춰버린 엄마와 이경의 삶에서 이제는 바뀌고 싶다. 그 날의 그 사건과 그 자리에 멈추어 있는 엄마, 거기에 원인을 제공한 이경, 그것이 이경을 더없이 고독하게 만든다.
전쟁은 분명 미친 것들이 창안해 낸 미친짓 중에서도 으뜸 가는 미친 짓이다.
역시 사랑이란 말은 하도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느라 옥희도 씨를 향한 내 지극한 열망을 담기에는 너무도 닳아있었다.
아주 끈적한 슬픔이 복받쳐왔다. 그래도 눈물이 되지는 않았다. 눈물 따위가 돼서 쏟아지기에는 너무도 짙은 끈적끈적한 슬픔이 목을 메웠다.
(이게 무려 옥희도네 집 가서 그 마누라한테 안겨서...음...)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의 육신이 해체되는 듯한 고통을 의연히 견디었다. 실상 나는 고가의 해체에 곁들여 나 자신의 해체를 시도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봄에의 믿음. 나목을 저리도 의연하게 함이 바로 봄에의 믿음이리라.
우리 민족의 아픔과 주인공들의 삶을 '나목'이라는 결말로 풀어낸 것은 박수가 저절로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고, 소설내에서 이 부분을 아주 자연스럽게 풀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소설은 뭔가 읽고나면 예전에 아침에 방영하던 TV소설같은, 단편드라마를 한 편 본 것같은 작품이다. 1-2편으로 특별 제작한 그런 단막극같은.
박완서의 <나목>은 등단 작품인 만큼 그녀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른작품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첫 작품이라 그렇다는 게 아닌,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낸 만큼 담고 있는 것이 많은데다 이야기도 문장도 좋은 작품이기도 했다보니 등단이 되기에 더 좋았지 않았나.) 특히, 다른 작품들보다 이 작품을 먼저 읽게되면 그녀의 여러작품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관통하는 무엇이 이 '이경'이란 인물에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른 작품보다 이것을 먼저 읽어보면 작가의 생각을 더 많이 엿볼 수 있는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어쩌다보니 감상에 매번 이렇게 밝지 않은 소설들만 올리게 되었다. 다음 번엔 만화책 감상을 기록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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