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까지 아주 골치아팠던 학생의 지도에서 물러나온 후,
고통과 후회로 뒤덮일 것 같은 계절학기 전
아주 잠깐의 시간여유가 생겼다.
이 때문에 불안감으로 자다깨다를 반복하는 나날들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조용하게 보내는 아침과
다음날 뭔가 일정이 있다는 쫓김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늦은 밤까지의 스마트폰질이
잠시나마 나를 낙천적이고 여유있는 사람처럼 만든다.
오랜만에 누리는 넘치는 시간의 여유속에서 잠깐 하루동안 갈길을 잃은느낌이었지만,
곧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를 스스로 찾아나서서는
다시 평소처럼 한가득 근심걱정을 끌어안고 있다.
그 잠깐의 여유에도 밀려드는 생각과 거기에 따라붙는 해야할 것만 같은 일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계절학기가 끝나고
기다리고 기다리며 고대하고 기대하였지만 지금은 근심반 설렘반인 장기 독일여행이,
그 다음엔 새 학기 개강과 함께 시작 될 가난.
허리띠를 졸라서 저축하며 또 다음학기 대학원 등록금을 쥐어짜고
내년 겨울에 있을 무소득시기를 견뎌내면서
또 자동차 보험료 갱신할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그럼 난 다시 부랴부랴 살기위해
마음에 없는 일들을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남들이 맡지않은 귀찮은 일을 꾸역꾸역 해내어 겨우 빚을 메꾸어가는,
그런 내년이 또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예전에는 아, 내년엔 어떻게 되려나 라고 걱정을 했다면,
요즘에는 당장 내일조차도 어떻게 될지,
더 짧은 주기의 시간을 걱정하고 초조해하게 됐다.
이제까지도 어떻게든 살아왔으면서,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지겠다는 확신이나 믿음은 어째서 들지않는 걸까.
무릇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쾌락과 성취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껴야하건만
고통으로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하면 불안한 것 같다.
아니면 쾌락에 무디고 그다지 성취도 없는 인생에서
고통조차 껴안지 않으면 삶을 느낄 수 없기에
나는 본능적으로 불안의 길을 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무사히 마쳐낼 수 없을 것 같은,
갑자기 사고라도 날 것 같은,
그런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은
오히려 일에 둘러싸여 있을때 잊혀지는데
또 막상 일을 하면 일하기 전의 스트레스에 매몰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걱정이 없는 그런 일상은
나의 가난때문에 없는 것인지,
진짜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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