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상

십이국기 시리즈, 오노 휴우미_소설 (스포있음)

동양풍 판타지 소설들이 읽기에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아 종종 읽는 편이다.
이세계물의 시초라고도 불리는 이 유명한 작품을 나는 늦게서야 알게 되어
이번 연휴때 읽으려고 전권을 구입했다. (연휴가 끝나기 전에 다 읽어버리긴 했지만…)
에피소드별로 감상평을 간단하게 적어 보고자 한다.







#0 마성의 아이
- 마성의 아이는 마치 일본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국의 태보 다이키가 봉래에서 겪은 일들을 풀었다. 기억이 상실된 채로 현실 세상인 봉래에 와서 내가 누군지 더듬어가는 여정. 재미도 있고 술술 읽히는 편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스토리가 너무 극단적으로 가서 그게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 후에 나오는 다른 편의 에피소드에서 소년들이 대량 희생 된 것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나, 그게 납득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많은 인원들을 이야기 속에서 사망하게 했다는 것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일본 소설 특유의 어두움과 음습한 느낌이 여실히 느껴지는… 하지만 스토리만 놓고 보았을 때는 독자를 잘 끌어 당기는 면이 있어서 이 아이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충분히 잘 자아낸, 프리퀄로써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1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다. 바로 다이키와 함께 기둥을 이루는 십이국기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 나카지마 요코. 평범한 여고생이었다가 갑자기 이세계로 가게 되어 온갖 고초를 겪으며 경국의 왕위로 가는 여정의 시작을 담은 에피. 이 에피소드는 말 그대로 한 인간의 성장 스토리라서 쉴틈없이 사건이 일어나고 정신적으로도 몰아 치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책장이 아주 잘 넘어 가는 에피소드였다. 다른 세계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요코가 과연 이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단순히 스토리 뿐만 아니라 인간이 자기 내면을 돌아보는 내용들도 들어 있기 때문에 은근 철학적이다. 뒤에 나올 요코와 연관된 스토리들도 보면 철학적인 내용들이 굉장히 많다. 왜냐하면 요코는 설정 자체가 봉래의 평범한 여고생이 이세계에 떨어져 망해 가는 나라의 왕으로 갑자기 선정(?)되어 본인도 바닥부터고 나라도 바닥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요코와 요코 주변의 성장 스토리. 요코는 성장하면서 자신을 고찰하고 주변을 고찰하고 세상을 고찰한다.

#2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 이 에피소드는 대국 다이키의 봉산 스토리다. 봉산은 이 책의 세계관의 중심인 “기린”이 태어나는 장소다. #0 마성의 아이와 일부 이어지는 에피소드. 다이키가 전설의 동물로 태어나 어쩌다가 봉래로 흘러 들어 갔는데 다시 본인의 고향인 봉산으로 돌아와서 기린으로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런 이야기. 이 편에서 기린의 습성과 십이국기 전체의 세계관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많이 풀어지며, 사실상 대국과 관련된 에피소드의 시작이나 마찬가지. 또한, 여기에 등장하는 인간 교소와 리바이는 매우 매력적인 인물들이기 때문에 이 편도 아주 재미있었다. 근데 다이키가 좀 답답한 스타일…. 설정은 흑기니 뭐니 하면서 대단한 기린으로 나오지만 너무 겁이 많고 아기처럼 나옴.. 아기긴 아기인데…뭐..중간에 멋있는 장면도 넣어주긴 했는데 흠.. 작가가 조금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내가 너무 요즘 스타일의 먼치킨 같은 그런 캐릭터를 원했나보다… 특별하다는 떡밥은 왜케 뿌린거야..? 아무튼 이 소설의 세계관을 잘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에피소드.

#3 동의 해신 서의 창해
- 안국의 연왕과 연왕의 기린 엔키가 만나는 이야기. 연왕도 봉래출신의 인물이기 때문에 봉래에서 연왕이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나오고, 무엇보다 연왕과 엔키의 돈독한 관계성이 유쾌하게 드러나있는 에피소드. 연왕이 굉장히 이상적인 왕으로 나온다. 그리고 둘이 붙으면 갑자기 분위기 장난꾸러기 브로맨스… 틱틱대면서도 전형적인 호흡척척 커플의 모습이다. 이 편도 재미있게 읽은 편이나 특별한 감상은 없는 무난한 에피소드였다.

#4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상,하)
- 이 에피소드는 명작이다. #1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에서 이어지는 요코와 요코가 경왕의 떳떳한 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꽤나 장대한 에피소드. 이 때 요코 또래의 두 소녀 이야기도 비중이 꽤 큰데, 이때 나온 이야기들이 꽤나 심도있게 인간의 나약한 부분을 찌른다. 그래서 성찰하게 만든다. 요코가 본격적으로 어떤 왕이 되어야 하나 이런 실질적인 고민도 하고 고민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고 그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고 마지막에 깨달음까지 뙇! 두 권에 걸친 이야기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고, 요코와 게이키(경국의 기린)의 관계가 도톰해지는 모습도 아주 흐뭇. 요코라는 인물만의 고유성도 있으면서 왕으로서의 자질도 확실히 잘 보여준 편이다. 좋은 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불어넣는 스토리. 스토리와 교훈까지 뭐 하나 부족함없이 읽은 편이다.

#5 히쇼의 새
- 이 편은 나라들의 요모조모 관리들의 일상과 업무 이야기. 큰 줄기가 되는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안 읽어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은 그런 에피소드들.

#6 도남의 날개
- 크… 개인적으로 십이국기에서 가장 최고로 꼽는 편. 공국의 이야기인데, 거상의 딸인 소녀 슈쇼가 왕이 되는 길에 오르고 거기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그렸다. 컨텐츠로서 가장 가치있는 에피소드가 바로 여기. 애니나 만화화하면 아주 꿀잼각. 슈쇼 캐릭터성이 미쳤다. 그야말로 혼자 모든 인물 머리채를 잡고 끌어감. 캐릭터 설정이 그걸 다 납득시키는 에피소드다. 말괄량이 소녀로, 똑똑하고 당차면서 솔직하고 대범하다. 그러면서 절대 도의는 저버리지 않는다. 이게 바로 왕이 될 상이지. 도남의 날개에서 또 좋았던 부분은 캐릭터만 미친 게 아니고 세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잘 담아낸 것. 슈쇼가 왕위에 오르기 위한 여정에 참가하게 된 이유, 또 슈쇼가 어린 여자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가지는 편견과 시선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이 세계관에서는 무의미한 것인데도 여전히 어른들은 그런 틀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하지 못한다. 그런게 보통의 인간이지…
슈쇼와 함께하는 간큐도 엄청 매력적임… 여기에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인물 리코가 누군지 궁금해하며 읽는 것도 재밌었고! 이 에피소드 전에 사실 슈쇼의 캐릭터성은 다른 편에서 조금 드러난 적이 있는데, 이 편을 보면서 모든 게 확실해짐(?)
십이국기 시리즈를 보지 않아도, 이 편 한권만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7 화서의 꿈
- 왜 이 편은 하나도 내용이 기억이안나지…존재감 제로인 편이다. 찾아보니까 좀 기억이 날것도 같은…? 화서라는 나뭇가지인가 뭐 그게 있어서 그거를 누구한테 주네마네 이러면서 왕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편이었다.

#8 황혼의 기슭 새벽의 하늘
- #0 마성의 아이와 제대로 이어지는 편. 다이키가 워낙 봉래와 봉산과 대국을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아무튼 이 에피소드는 다이키가 대국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명식”을 통해 “봉래”로 다시 흘러들어가게 되면서 대국에 위기가 심각하여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국의 기린인 다이키를 다시 찾고자 하는 이야기. 다이키를 다시 찾기위해 여러 나라들이 연합하여 봉래를 뒤지는 여정을 그린 내용이다. 여기서 요코와 연왕이 나름 봉래출신 동지(?)라서 큰 역할을 하고, 특히나 요코가 이전에 없던 여러 국가 연합(?) 작전을 생각해내어 12국의 여러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이 에피소드 읽으면서 다이키며 대국이며 왜케 민폐덩어리인가 생각했지… #9에서 이어지는 스토리.

#9 백은의 언덕 검은 달 (1,2,3,4)
- 가장 최근에 결말이 나온 편. 그리고 전체 에피소드 중에 가장 실망스러운 에피소드… 대국의 이야기를 그렇게 #0부터 섬세하게 풀어 냈으면서 도대체 왜 이렇게 얼기설기 마무리를 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이렇게 대국의 에피소드를 큰 단락으로 비중있게 연재할 거였으면 이야기를 더 짜임새있게 하지… 아센의 모반도 질투심으로, 열등감으로 이런 걸 했다는 게 처음에는 뭐 좀 그랬는데 열등감이란건 뭐 엄청난거니까… 납득했다고 치자. 리바이한테 모반을 뒤집어씌우고 리바이가 전국에 지명수배가 됐는데, 맨 마지막에서 궁성 안에 들어갈 때 병졸 검문이 있는데도 정작 아무 제지나 소동도 없이 들어가는… 앞뒤가 안 맞음… 그리고 리바이가 그렇게 열심히 모반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세력을 모으고 사람을 모으고 하는 에피소드를 공들여 써놓고 그 세력은 정작 어이없이 궤멸 돼버리고… 도대체 아무 의미도 없이 왜 그렇게 사람을 모으는 부분을 길게 썼는지… 이거 때문에 너무 질질 끌어서 재미가 없었고 새로운 인물들은 너무나 넘쳐 나는데 이름도 비슷해서 헷갈린데다 존재감이 별로 없는 중요하지 않은 인물들은 굳이굳이 또 다 소개하고… 쓸데없는데 힘을 많이 썼다가 결말이 갑자기 얼기설기 마무리 되면서 떡밥이나 이런 게 하나도 맞지 않아서 너무 실망스러웠다. 다이키의 비범함은 갑자기 살인으로 나타나곸ㅋㅋㅋㅋ 이게 진짜 어이없어… 물론 작중에 기린은 피를 싫어하고 인의 동물이라 하는데..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흑기린의 비범함을 보여줬어야 좋지 않을까.. 살인을 할수 있는 기린이랍시고 남다르다고 보여준게… 결국 왕을 좇는 뭐 그런 정도의 동물인 느낌임.. 대단해보이지가 않아.. 흑기 어필은 그렇게 해놓고 흑기의 비범함도 모르겠고ㅜ 진짜 노잼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