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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바쁨 시작, 그 중의 여유로운 날

오전 격일 수업이 시작되었다.
일정이 많아지니 오늘처럼 여유롭게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오랜만에 집에도 혼자고
날씨도 좋아서 커피가 생각나는 날이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헬스를 가려면
이 커피한잔의 행복을
눈물을 머금고 외면해야 한다.

아직도 매미가 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살아내는 매미일 것이다.

가을이 올 것 같더니만
태풍의 영향인지
요즘 저녁내내 후텁지근했다.

그런 와중에 오늘 낮은 산뜻한 바람이 불고
햇살도 따사롭다.

이따금씩 흔들리는 마당의 대추나무 잎파리들이
반짝반짝 햇살을 반사하면서
맑고 따뜻한 느낌을 더한다.

한 그루의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는
숲의 소리보다 가벼운 여유와 평화를 준다.

나무 한그루덕에 눈부시지 않게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늘 하늘이 예쁜 것도 알 수 있다.

나무도 나도 같이 태양에 흠뻑 빠져든다.

장작이 불에 타는 것을 바라보는 불멍도 좋고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는 생명체를 보는 것도 신비롭지만
그것만큼이나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나뭇잎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바람은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는다.
마치 나무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지만 살아있다고 전하는 것 같다.
작은 바람에도 끊임없이 팔랑대는 잔가지 끝의 나뭇잎은 한시도 멈추지 않아
눈을 떼기가 어렵다.

잔가지들은 그렇게 더, 더 높이 바깥으로 나가려고 성장하면서 작은 바람에도 요동친다.
그러다 이따금씩 더 큰 바람이 나뭇가지 전체를 뒤흔든다.
한번씩 떨어지는 대추알이 마루에 떨어지며 나뒹구는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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