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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그 곳에서

그 곳엔 잔뜩 쌓여있었다.
20xx년 떨어뜨렸던 귀걸이 한 짝, 사고 난 뒤 고작 한 번 입은 티셔츠, 애지중지 보관하다가 어느샌가 존재가 잊혀진 신발 등등…

일상속에서 갑자기 사라진 물건들은 그렇게 주인이 없는 그들의 차원에 쌓여가고 있었다.

어떤 물건은 떨어졌더니 도착해있었다.
분명 떨어지는 소리가 난 것을 주인이 들었고, 찾으려고 바닥을 샅샅이 훑었으나,
굴러가면서 이쪽차원으로 자기도 모르게 넘어온 것이었다.

거기에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짝 잃은 귀걸이나 피어싱볼들이 몇개나 더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물건이 쌓여있었는데, 그 물건들은 본 주인을 잃은 채 그저 쓰레기처럼 널려있기도하고 쌓여있기도 했다.

새로운 주인을 만날 가능성은 만무했다.

애초에 이 잃어버려진 물건들의 차원이란 공간도, 그리고 이 공간으로 들어오는 입구나 경위도 정확하지 않았다.
그저 우연처럼 이 공간으로 왔다.

그래서 그저 그렇게 들어오다보니 애초부터 이도저도 아닌 그런 존재인 것이다.

다른 차원에서, 누군가의 것이었기에.

주인이 현실에서 세상을 떠나면 이 물건들을 만나게 될 수 있을지 아닐지도 확실하지 않다.
만나게 된다면 주인이 이 차원으로 오게되는 걸까 아니면 이 물건들도 다같이 주인이 가는 그곳으로 옮겨가는 걸까.
그저 모든게 사라질 뿐인걸까.

그저 원래 차원의 주인의 기억속에 존재한다면, 그것만이 그 물건들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작은 물건들은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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