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24년의 마지막 주말 밤, 1년을 돌아보며

긱네임 2024. 12. 29. 01:02

올해는 일 년을 돌아보는 나만의 작은 의례가 늦었다.
원래는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이나 크리스마스날에
따뜻한 이불과 함께 한 해를 돌아보며 다이어리도 뒤적이고 새해 계획도 끄적이곤 했다.

일년간 어떻게 살았나, 올해의 나의 마음은 전반적으로 어땠나
이런 감정적인 것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일적인 면의 성과, 또 돈을 얼마나 썼나 그런 것들을 개관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그걸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정말 역대급 한해였다.
이렇게 12월을 겨우 3일 남겨둔 채 겨우 2024를 돌아본다.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모든 건 현재 진행중이라는게 나를 산란케 한다.
나는 올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붕 떠있다.

상반기는 논문으로 너무나 괴로웠고
하반기는 망가진 건강으로 인해 몹시도 고달프고 우울했던 올해였다.
건강 문제는 아직도 완전히 해결이 안 되어 여전히 나를 심란하게 한다.
건강하지 않아 부자유하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나를 고통스럽게 했다.
대단할 것 없는 인생에서
가진거라곤 그저 근본없는 배짱과 긍정뿐이었는데
갑자기 기반이 모두 무너져 그 어떤 현실도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지만,
이제는 꽤 부정적 현실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과 동일선상에 두고 살아갈 덤덤함을 넘어선 담담함이 생긴 것 같다.
그저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받아들이자.
어쩌면 생각보다 인생은 더 최악일지도.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기로, 그렇게 타협한다.

국가적인 문제는 더 내가 언급할 필요가 없이, 전 국민이 느끼고 있을테니.

이룬 것도 많은 2024년이지만
그 어떤 한해보다 정신과 신체가 괴롭고 우울했던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그런 해.
스스로 작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그런 해.

그래도 나에게 응원과 용기와 위로를 보내 준 사람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논문 쓸 때도 몸이 아플 때도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것을 받은 한해였다.

2025년에 더 최악의 일이 있을 수도 있지.
그냥 묵묵히 보내자.
2025년엔 얌전히, 차분히 일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길.
부디 건강이 많이 상하지 않길.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길.